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IT
- Techne Logos
- 롤즈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study guides
- 시민의 교양
- 주주 자본주의
- 리처드 H. 탈러
- Cass R. Sunstein
- 토마 피케티
- Richard H. Thaler
- 김어준
- Cliffs Notes
- 최정규
- Technology
- 하워드 진
- Howard Zinn
- 채사장
- 캐스 R. 선스타인
- media
- Thomas Piketty
- 손석희
- Mass Media
- 하이에크
- Today
- Total
Ghost Online's B.v.3
[발췌] 넛지 Nudge - 인트로 Intro :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1/3) 본문
[발췌] 넛지 Nudge - 인트로 Intro :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1/3)
- 우리는 선택 설계자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 산다
-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 우리가 넛지를 해야하는 이유
- 잘못된 가정과 두가지 오해
- 디폴트 값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운명
---
인트로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당신의 친구 가운데 캐롤린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가 대도시 교육 당국의 급식 담당 총책임자라고 가정해보자. 캐롤린은 매일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수백여 개 초등학교의 구내식당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다. 그녀는 정식 영양사 학위(주립대학에서 받은 석사 학위)를 갖고 있고 종종 비인습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즐기는 창의적인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는 애덤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애덤은 주로 슈퍼마켓 체인사업체의 일을 돕는 통계 지향의 컨설턴트다. 어느 날 저녁, 캐롤린과 애덤은 느긋하게 와인 한 잔을 즐기다가 한 가지 재밌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급식 메뉴에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음식의 진열이나 배열만 바꾸는 것으로 과연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캐롤린은 이를 실천에 옮겨보기로 결심하고 각 학교의 교내급식 책임자들에게 자유배식 진열대의 음식배열 방식에 대한 특정 지침을 내려 보냈다. 물론 그러한 지침이 내려가기 전에는 학교마다 음식의 진열 및 배열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학교에서는 디저트를 제일 처음에 놓았고 또 어떤 학교에서는 제일 마지막에 배치했으며 또 다른 학교에서는 아예 다른 줄에 놓기도 했다. 높낮이도 제각각이어서 어떤 학교에서는 프렌치프라이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진열했고 또 어떤 학교에서는 삶은 당근을 그 위치에 놓았다.
슈퍼마켓 진열대를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애덤은 이 실험의 결과가 매우 놀라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옳았다. 단지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무려 25%씩이나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캐롤린은 여기서 큰 교훈 한 가지를 얻었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정황 또는 맥락(context)'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영향력은 더 나은 쪽으로도 혹은 더 나쁜 쪽으로도 행사될 수 있는 것이었다. 예컨대 캐롤린은 이제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토대로 건강에 이로운 음식의 소비량은 늘리는 한편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덜 먹게 할 수 있었다.
수백 개의 학교에서 나온 실험 결과와, 대학원생 자원봉사자들의 자료 수집 및 분석 덕분에 캐롤린은 이제 학생들이 먹는 음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당한 파워를 스스로 갖게 되었음을 확신했다. 캐롤린은 새로 발견한 자신의 파워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숙고에 들어갔다. 때로는 장난기 넘치는 친구들과 동료들로부터 캐롤린이 받은 그 활용방안에 대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것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건강에 가장 이로운 쪽으로 음식을 배열한다.
둘째, 무작위로 음식을 배열하는 방안을 택한다.
셋째, 학생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음식을 택할 때와 똑같은 순서로 음식을 배열하기 위해 노력한다.
넷째, 가장 많은 뇌물을 기꺼이 제공할 의사가 있는 공급업체의 식자재가 가장 많이 소비되도록 음식을 배열한다.
다섯째, 구내식당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음식을 배열한다.
첫째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다소 강제적으로 느껴질 소지가 있고, 심지어 개입주의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러나 어쨌든 최상의 옵션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둘째는 원칙에 의거한 공정한 방식으로 보이고 또 어느 면에서는 중립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 배열이 학교마다 다르게 무작위로 행해지면 어떤 학교의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해로운 식생활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식을 통해 손쉽게 대부분의 학생들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캐롤린이 과연 이런 식의 중립을 선택해야 마땅한가?
셋째는 강제를 피하는 명예로운 시도로 보일 수 있다. 학생들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중립적 선택일지도 모르며, 어쩌면 캐롤린이 중립적으로 사람들의 선호를 존중하는 게 마땅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고학년 학생들의 선호는 존중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구현 가능한 옵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애덤의 실험이 입증했듯이 학생들의 선택은 항목의 배열 순서에 이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진정한 선호를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학생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말이다. 구내식당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음식 배열을 구성해놓지 않을 수 없다.
넷째는 부패 공무원에게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음식 배열을 조작하는 것이 파워의 이기적 활용방안을 모아 놓은 병기고에 새로 추가할 무기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캐롤린은 명예를 중시하는 정직한 사람이고, 따라서 이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방안으로 치부한다.
두 번째 활용방안이나 세 번째와 마찬가지로 다섯 번째 역시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캐롤린이 최상의 구내식당은 수익을 가장 많이 남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교육 당국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캐롤린이 학생들의 건강은 도외시하고 수익 극대화에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것이 진정 마땅한 일인지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선택 설계자가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 산다
캐롤린 같은 사람을 우리는 '선택 설계자 (choice architect)'라고 부른다. 선택 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캐롤린은 임의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에도 무수히 많은 선택 설계자들이 존재한다 (대부분 자신이 선택 설계자라는 사실을 모르지만 말이다). 만일 당신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때 사용하는 투표용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당신 역시 선택 설계자다. 환자에게 선택 가능한 다양한 치료법들을 설명해줘야 하는 의사도 선택 설계자다. 직원들이 회사의 의료보험 플랜에 등록할 때 작성하는 서류 양식을 만드는 사람도 선택 설계자이며, 자녀에게 선택 가능한 교육 방식들을 설명해주는 부모도 선택 설계자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세일즈맨 역시 선택 설계자다 (대부분의 세일즈맨은 자신이 선택 설계자라는 사실을 안다).
선택 설계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보다 전통적인 설계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유사점은 '중립적인' 설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학교 건물을 새로 짓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정한 요구사항이 주어진다. 사무실 120개, 교실 8개, 학생 세미나실 12개가 들어가야 하며 특정 건물이 특정한 장소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 등 말이다. 또 그밖에 법적인 문제나 미학적, 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수많은 제약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사항들을 모두 반영한 후에야 건축 설계자는 문과 계단과 창문과 복도가 있는 실제 건물을 완성한다. 훌륭한 설계자는 얼핏 보기에 임의로 내려진 것처럼 보이는 결정, 예를 들어 화장실의 위치 같은 것이 건물 사용자들이 상호교류하는 방식에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사람들이 화장실에 갈 때마다 동료들과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좋은 결과가 생기든 나쁜 결과가 생기든). 훌륭한 건물이란 시각적인 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모종의 영향까지 끼치는' 건물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요소라 해도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에서 도출한 유용한 한 가지 법칙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작은 요소들은 사용자의 주의력을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집중시킴으로써 힘을 발휘한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훌륭한 예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화장실의 모든 남자용 소변기에는 중앙 부분에 검정색 파리가 그려져 있다. 대개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 조준하는 방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변기 주변이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눈앞에 목표물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히 발사물을 변기 가운데에 맞출 확률도 높아진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낸 아드 키붐 (Aad Kieboom)의 말을 빌자면 이 방법이 '경이로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적중률이 매우 높아졌지요. 파리를 본 남자들은 그것을 향해 발사하니까요." 경제학자인 키붐은 스키폴 공항 건물의 확장공사를 감독했다. 그의 팀원들은 이 파리 그림이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요하지 않은 요소란 없다"는 통찰력은 부담스러운 동시에 유용한 시각이다. 훌륭한 설계자는 완벽한 건물을 짓기는 불가능하지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특정한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계단이 있는 수직 공간을 트인 방식으로 만들면 직원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이 늘어나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건축가가 특정한 형태와 설계를 지닌 건물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캐롤린과 같은 선택 설계자는 구내식당 음식의 배열에 특정한 방식을 부여하여 학생들이 먹는 음식에 영향을 미친다. 바로 '넛지(nudge)'를 행하는 것이다.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췌] 넛지 Nudge - 인트로 Intro :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3/3) (0) | 2018.02.04 |
---|---|
[발췌] 넛지 Nudge - 인트로 Intro :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2/3) (0) | 2018.02.04 |
[book] 넛지 Nudge (2009, by 리처드 H. 탈러(세일러) Richard H. Thaler, 캐스 R. 선스타인 Cass R. Sunstein) (0) | 2018.02.04 |
[book] 21세기 자본 (2014, by 토마 피케티 Thomas Piketty) (0) | 2017.02.02 |
[book] 불평등 경제 (2014, by 토마 피케티 Thomas Piketty) (0) | 2017.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