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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넛지 Nudge - 인트로 Intro :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2/3)

Geo 2018. 2. 4. 18:34

 

[발췌] 넛지 Nudge - 인트로 Intro :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2/3)

 

 

 

- 우리는 선택 설계자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 산다

-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 우리가 넛지를 해야하는 이유

- 잘못된 가정과 두가지 오해

- 디폴트 값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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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적 개입주의

 

만약 당신이 모든 면을 고려해볼 때 캐롤린이 학생들의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주도록 음식을 배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우리가 제안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libertarian paternalism)에 동의하는 셈이다. 분명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용어는 처음 들었을 때 즉시 호감이 가는 말은 아니다. '자유주의'와 '개입주의'는 대중문화나 정치 분야에서 남용되면서 생긴 고정관념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반감을 느끼기 쉬운 말이다. 게다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는 모순적인 개념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이유로, 반감이 느껴지고 게다가 모순적이기까지 한 두 개념을 조합한 것일까? 의미를 제대로만 이해한다면 이 용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한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 두 표현은 따로 쓰일 때보다 함께 쓰일 때 훨씬 커다란 강점과 매력을 갖는다. 문제는 독단론자들이 이 용어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우리의 제안에서 '자유주의적'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나타낸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의 표현을 빌자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선택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지키거나 증진시키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개입주의'라는 말을 '자유주의적'이라는 말로 한정하면 자유를 보존한다는 의미를 담게 된다. '자유를 보존한다'는 말에 특별히 다른 언외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는 사람들이 쉽게 원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자유를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길 원치 않는다.

 

한편 '개입주의'라는 말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기 위해 선택 설계자가 그들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람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선택하도록 이끌기 위해 정부나 민간 부문 단체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어떤 정책이 사람들 스스로 판단하여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그 정책은 '개입주의적'인 것이다. 사회과학 분야의 믿을 만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인들은 상당히 형편없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거나, 완벽한 정보를 가졌거나, 엄청난 인식 능력과 완벽한 자기 통제력을 지녔더라면 내리지 않았을 결정들 말이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는 비교적 유연하며 비강제적인 유형의 개입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서는 선택을 막거나 차단하지 않으며 선택하는 자에게 심각한 부담도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건강에 안 좋은 캔디를 잔뜩 먹거나, 적합하지 않은 의료보험 플랜을 택하거나, 은퇴 후를 대비한 저축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는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혹은 그러한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안하는 접근방식은 개입주의적인 성격을 띨 때 비로소 중요성을 지닌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선택 설계자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선택하리라고 예상되는 바를 파악하거나 그러한 선택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넛지를 행한다는 얘기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우리가 제안하는 방식의 상당수는 민간 영역에서 실행될 수 있는 것들이고 또 실제로도 실행되어 왔다 (정부가 넛지를 행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소개하는 많은 사례에서 살펴보겠지만 고용주는 중요한 선택 설계자다. 의료보험이나 은퇴 프로그램과 관련된 부분에서 고용주는 피고용인들에게 유용한 넛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윤을 올리면서 사회에도 공헌하고 싶은 기업은 환경적 넛지를 통해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민간 영역에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실효성을 뒷바침하는 근거들은 정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가 넛지를 해야하는 이유

 

개입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종 인간이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훌륭하고 멋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설령 멋진 일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자신은 최소한 다른 누군가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그 다른 누군가가 정부 관리라면 더욱 그렇다). 경제학을 공부했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호모 이코노미쿠스 (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며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인간 모델에 들어맞는다는 생각 말이다.

 

경제학 서적을 들춰보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사고하고 IBM 컴퓨터처럼 뛰어난 기억용량을 갖고 있으며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계산기가 없으면 복잡한 나눗셈을 할 때 어려움을 겪고, 종종 배우자의 생일을 잊어버리며, 새해 벽두부터 숙취로 머리를 쥐어뜯는다. 우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 그저 호모 사피엔스일 뿐이다. 복잡한 라틴어 대신 부르기 쉽도록 여기서부터는 그러한 가상의 존재와 실재의 존재를 각각 '이콘(Econ)'과 '인간(Human)'이라고 부르겠다.

 

비만 문제를 생각해보자. 현재 미국에서 비만 인구 비율은 20%에 가까우며 여기에 과체중 인구까지 더하면 60%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과체중에 해당하는 성인 인구는 약 10억 명이고, 그 중에 3억 명이 비만에 속한다. 비만도는 일본과 중국,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5%에서 사모아 도서 지역의 경우에는 75% 이상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따르면 영국과 동유럽, 중동, 태평양 도서군,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북미 일부 지역들에서는 1980년대 이후 비만도가 세 배로 증가했다. 비만은 심장질환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며 때때로 조기사망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적절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즉 약간의 넛지로 초래될 수 있는 식생활보다 더 나은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다.

 

물론 대부분의 상식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음식의 맛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는 과체중인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또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식생활과 관련하여 최적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식생활뿐 아니라 매년 50만 명 이상을 조기사망으로 몰고 가는 음주, 흡연 등 다른 위험한 행동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생활, 흡연, 음주와 관련하여 현재 사람들이 내리는 선택은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증진하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많는 흡연가와 음주가들, 과도하게 먹는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선택에 관한 새로운 학문을 주시하고 있는 바, 이는 사회과학자들이 지난 40여 년간 행한 면밀한 연구의 결과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구결과들은 사람들이 내리는 많은 판단과 결정의 합리성에 대하여 진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콘의 기준에서 보면 사람들은 완벽한 예측을 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그러자면 전지적인 존재여야 할 것이다), 편향되지 않은 예측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예측이 틀릴 수는 있어도, 그것이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틀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편 이콘과 달리 인간은 예상 가능한 실수를 저지른다. '계획오류 (planning fallacy)'를 예로 들어보자. 계획오류란 사람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때 비현실적인 최적의 상황을 가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건물을 짓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거의 대부분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설령 계획오류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상황에 직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많은 연구결과가 인간의 예측이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결정이나 판단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예로 '현상 유지 편향 (status quo bias)'을 생각해보자, 이는 타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 (default option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 즉 기본 값)을 따르려는 강한 성향을 갖는다.

 

휴대폰을 새로 구입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당신은 수많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 휴대폰이 최신형일수록 내려야 하는 선택도 많아진다. 액정의 배경화면, 벨소리, 음성 메시지가 수신될 때 울리는 벨소리 횟수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제조업체에서는 그러한 각 선택 항목들에 대하여 디폴트 옵션을 미리 지정해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러한 디폴트 옵션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벨소리보다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된 소리가 훨씬 귀에 거슬리는 경우에도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타성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된면, 민간의 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관리자들은 그것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함으로써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디폴트 옵션을 설정하는 행위나 그밖에 얼핏 사소해 보이는 메뉴 변화 전략 등이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저축을 늘리는 일에서부터 의료보장 개선, 이식수술을 위한 장기기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해당되는 얘기다.

 

적절한 디폴트 옵션이 가져오는 결과는 넛지의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잘 보여준다. 넛지는 인간의 행동방식을 현격하게 변화시키는 모든 요소를 일컫는다. 비록 이콘들은 그것을 무시하겠지만 말이다. 이콘은 근본적으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만일 정부가 사탕에 세금을 매기면 이콘은 사탕을 덜 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 가능한 옵션들이 배열되어 있는 순서와 같은 '무의미한' 요소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간 역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센티브뿐 아니라 넛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인센티브와 넛지를 적절히 배치, 활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사회의 많은 주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그와 동시에 여전히 모든 이들의 선택의 자유를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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