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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프롤로그 (from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by 채사장) 본문
프롤로그 (from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by 채사장)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에는 들소, 검은꼬리 누, 사바나 얼룩말, 코끼리 등의 대형 포유류들이 살고 있다. 한 과학자가 놀라운 발견을 했다. 말을 하는 사자를 만난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세렝게티 평원에서 대면한 사자가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상상해보자. 단어만 내뱉는 정도가 아니라 문법 구조에 따라 말을 하고 있다. 도대체 사자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어이 친구, 반갑네. 여기 세렝게티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따르고 있네만, 자신의 노력 여부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합리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다네."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상상하긴 어렵지만 추축해본다면 우리는 그가 내뱉는 소리들이 익숙한 단어와 문장 배열이라는 것은 느끼더라도 그가 하는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 철학의 거물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책 <철학적 탐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21세기 한국의 건물숲 속에서도 우리는 사자들을 만난다. 업무를 던져주는 사자도 있고, 지하철에 앉아 핸드폰에 빠져 있는 사자도 있으며, 오랜만에 만나서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는 사자도 있다. 수많은 사자에게 시달리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몸을 누일 때, 우리는 피로하고 지친 또 다른 사자를 대면하기도 한다.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그리고 인류의 공통분모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금의 너와 나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교양은 클래식을 들으며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그 무엇이 아니다. 교양과 인문학은 단적으로 말해서 넓고 얕은 지식을 의미한다. 개인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은 먹고사는 데 필수적이지만, 타인과 대화할 때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교양과 인문학으로서의 넓고 얕은 지식이 우리를 심오한 어른들의 대화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우리를 심호한 대화놀이의 세계로 초대하는 티켓이다. 하지만 놀이라고 해서 무작정 시작할 수는 없다.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서너 개의 코드는 잡을 줄 알아야 한다. 대화놀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성인들의 대화놀이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 자격증은 최소한의 지식이다. 세계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도 없이 재미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겠다는 건 욕심이다.
그렇다면 지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란 무엇인가? 답부터 말하면,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다. 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그때서야 세계에 발 딛고 있던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깊어진 '나'에 대한 이해는 한층 더 깊게 '세계'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나에게 보이지 않고 숨겨졌던 세계에 대한 이해. 이것이 지적 대화의 본질이다.
정리해보면,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나'와 '세계'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해 먼저 '세계'부터 차근차근 여행해나가고자 한다.
이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세계에 대한 지식을 독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세계를 두 가지 영역으로 잘라서 제시한다. 우선 1권에서는 현실 세계를 다룬다. 현실 세계를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로 세분화해서 알아볼 것이다. 다음 2권에서는 현실 너머의 세계를 다룬다. 인간 정신과 관련된 이 부분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의 다섯 가지 세부 영역으로 다룰 것이다.
1권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금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을 테니, 아랫부분은 건너뛰었다가 이 책을 모두 읽은 다음 다시 읽어도 괜찮겠다.
역사 파트에서는 역사를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다섯 단계로 나눈 다음,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와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로 구분해서 세계사의 줄거리를 파악한다. 이때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은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이다. 역사가 왜 이러한 경제 개념에 의해서 설명되는지는 다음의 경제 파트에서 설명된다.
경제 파트의 목표는 다섯 가지의 경제체제를 구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그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다섯 가지의 경제체제가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 의해서 단순하게 정리되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경제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는 이제 정치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 토대가 된다.
정치 파트에서는 두 가지를 알아본다. 하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구분이다. 보수와 진보는 경제 개념과 연계된 이론적 구분 및 한국 사회와 연결된 현실적 구분으로 진행한다.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에서는 정치 결정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사회 파트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갈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특히 개인주의와 전체주의가 근현대 역사에서 어떻게 대립하였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앞서 논의한 1권 전체의 영역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설명할 것이다.
윤리 파트에서는 윤리의 이론적인 측면과 실천적 측면에 대해 알아본다. 이론적 측면에서는 도덕 판단의 기준으로서 의무론과 목적론의 대립을 확인하고, 이어 실천적 측면에서 이러한 이론적 개념이 사회 정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빈부격차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 볼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 책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현실 세계를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라는 조각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겠지만, 1권이 끝날 때에는 이 조각들이 실제로는 구분하기 힘들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2권에서는 현실 세계 너머의 문제들을 다룬다.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2권은 진리에 대한 세 가지 태도인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기반으로 철학, 과학, 예술, 종교를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리적 대화의 영역을 벗어난 개인적 체험으로서의 신비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여행을 마무리할 것이다.
1권에서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2권에서는 '현실 너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현실'과 '현실 너머'의 영역은 독립적이지 않다.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넘어선 곳에서 현실을 살펴야 하고, 또한 현실을 넘어선 이야기는 언제나 그 자양분을 현실에서 얻어야만 한다. 이렇게 현실의 영역과 현실 너머의 영역을 통틀어 '세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는 그 세계에 발 딛고 있는 '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이해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이 된다. 최소한의 지식은 역사부터 종교에 이르는 넓은 지식인 동시에 각 분야의 최소한의 것만 다루는 얕은 지식이다.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미술관에 가면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 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마지막으로, 세렝게티에 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사자와의 대면에 대비해서 이 책을 읽어두도록 하자.
[ pp.4~9, 지대넓얕 > 프롤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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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목차
1. 프롤로그
2. 성장중심정책과 분배중심정책 - 거인의 섬 표류 우화
3. 하이에크와 롤즈 -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가
4.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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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0. @ Ghost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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