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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하이에크와 롤즈 -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가 본문
하이에크와 롤즈 -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가 (from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by 채사장)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만약 당신이 매우 윤리적인 사람이고, 이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역량을 갖춘 존경받는 최고 권력자라고 한다면, 당신은 사회를 어떻게 바꿔가겠는가? 그리고 특히 그 사회가 현재의 한국 사회라면, 당신은 한국 사회에서 무엇부터 바꿔나갈 것인가? 우리의 논의를 잘 따라온 사람이라면, 사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세금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금을 올리거나 낮추는 일은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윤리적인 절대 권력자라고 할 때, 당신은 세금을 높일 것인가, 낮출 것인가? 의무론과 목적론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평가해보자.
한국 사회를 평가하려면 먼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봐야 한다. 현실의 문제는 너무나 다채롭고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빈부격차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택 소유와 임금에 대한 자료만 간략히 참고하려고 한다.
질문으로 시작하자. 한국에서 집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 즉 주택 소유 1등은 몇 채의 집을 가지고 있을까? 행정자치부의 2005년 자료에 의하면 집을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 1위가 1083채, 2위가 819채라고 한다. 2위부터 10위까지는 개인당 평균 400여 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위 소유자의 경우 자기 집에서 딱 하루씩 생활한다 해도 3년 가까이 돌아다니며 살아야 할 정도다. 인구의 절반 정도는 자기 집이 없어 전세나 월세로 사는 것에 비해, 소수의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자신이 정당하게 번 돈으로 구매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주택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동시에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까닭에 소수의 과도한 독점이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소수에 의한 주택 점유가 개인의 일탈이나 부도덕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다. 제도적으로 과도한 소유를 제한하지 않는 시스템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빈부격차의 정도만을 확인해보려는 것이니, 주택 소유에 있어서의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정도만 기억하면 되겠다.
다음으로 임금소득에 대한 자료를 참고해보자.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2014년도부터 시행된 '개별임원 보수 공시제도'를 통해 우리는 막연히 추측만 했던 기업 임원진의 임금소득을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기업 오너의 연봉은 1위의 경우 300억, 2위의 경우 200억 정도다. 단, 여기에는 주식 소유에 따른 배당금이 빠져 있는데, 배당금 수령액을 기준으로 하면 1위는 1786억, 2위는 495억 정도다. 연금과 배당금은 1년간의 소득이니, 소득이 아닌 재산을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일반 대중들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반면 개별임원의 보수가 공시되던 시기에 발생한 송파구 모녀의 자살 사건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 사건은 생활고를 겪던 세 모녀가 지하 셋방에 번개탄을 피운 채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었다. 두 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까닭에 그동안 나이 든 어머니 혼자 식당 일을 했는데, 그마저도 사고로 계속하지 못하게 되면서 세 가족이 생활고에 시달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의 빈부격차는 극단적인 까닭에 비현실적이다. 같은 한국 안에서 어떤 사람은 1000여 채의 집을 소유하고 일 년에 1000억 원에 가까운 소득을 얻는 반면, 멀지 않은 곳에서는 생활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선이과 악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빈부격차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문제로 볼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뿐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빈부격차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복지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금 증세가 필수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매우 윤리적이며 이 사회를 변화시킬 역량을 충분히 갖춘 권력자라면, 당신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어떻게 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지금과 같은 빈부격차는 부당하므로 세금을 적극적으로 징수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유 시장에서 자신의 노력과 능력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으로 부를 얻었다면 부의 축적은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정부가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더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반되는 주장을 했던 두 인물인 하이에크와 롤즈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을 의무론과 목적론의 입장에서 평가해보자.
우선 하이에크는 20세기에 활동했으며,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아버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했다. 지식이나 기술이 각기 다른 게임의 참가자들이 정당한 규칙 아래서 경쟁하고 그럼으로써 승자와 패자가 생겼다면, 그 결과는 정당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의 기본 전제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게임이 공정했는지, 혹시나 게임 참가자 중 누군가를 속인 사람은 없었는지를 감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게임의 결과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학급에는 A, B, C, D의 네 학생이 있는데 나는 A다. 수학 시험을 앞두고 B, C, D는 놀기에 바쁘다. 반면 나는 정말 코피 나게 밤새 공부를 해서 수학 성적 100점을 맞았다. 놀기만 했던 B, C, D는 각각 20점, 30점, 40점을 받았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들어와서는 나에게 말했다.
"A야, 네가 1등을 했구나. 잘했다. 그런데 네 점수가 너무 높구나. 네 점수에서 30점을 떼서 B, C, D에게 각각 10점씩 나눠주도록 하자. 그럼 B, C, D는 각각 30점, 40점, 50점이 되는데, 그래도 70점인 네가 어차피 우리 반에서 1등이니 걱정할 것 없다."
이러한 담임선생님의 행동은 정의로운가? A의 입장에서는 이 행동은 불합리하고 부도덕하다. 공정한 기회와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면 결과가 아무리 큰 격차를 발생시켰다 해도 그 성과를 보장해주는 사회가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인 것이다.
이 생각은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나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의무론적 윤리설에 가깝다. 이러한 견해에 따른다면 사회에서 발생한 빈부격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게임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그리고 윤리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며 세금을 늘리는 행위는 어불성설이 된다. 진정으로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면,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 절차가 준수되고 있는지, 위법 행위는 없는지를 국가가 감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견해와 대비되는 롤즈의 생각을 들어보자. 롤즈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하이에크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인물로, 대표적인 책으로는 <정의론>이 있다. 롤즈는 세금을 높일 것인지 낮출 것인지, 재분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대답을 제시하기 위해 특수한 상황을 가정했다. 그리고 이를 '원초적 입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원초적 입장에 대한 가정은 단순하다.
X, Y, Z씨는 지금 단기 기억상실증에 결렸다. 말도 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판단도 할 수 있는 상태지만, 다만 자기가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등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다행인 것은, 이 기억은 정확히 1시간 후에 완벽하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명 중에 한 명은 빌 게이츠이고, 다른 한 명은 평범한 중산층이며, 마지막 한 명은 노숙자다. X, Y, Z는 지금 자기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셋 중에 한명일 것임을 알고 있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 롤즈가 이들에게 묻는다.
"이제 두 가지 중에 하나의 분배 방식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분배 방식은 세금을 낮추고 복지도 낮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세금을 높이고 복지도 높여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최소수혜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어떤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당신이 X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롤즈에 따르면 세 명 모두 두번째 분배 방식은 세금 인상과 복지 확대에 동의할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노숙자일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빌 게이츠여서 얻는 이익보다 자신이 노숙자일 때 처할 어려움에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롤즈의 원초적 입장에 대한 사유 실험은 우리가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벗어났을 때, 사회 전체가 합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분배 방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최소수혜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사회가 사실은 구성원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롤즈의 생각은 개인의 절대적 권리에 대한 고려보다는 결과적으로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상황과 개개인들의 이익 고려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목적론적 윤리설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의롭고 윤리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개개인들이 납득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재분배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윤리적인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당신이 윤리적이고 정의로우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진 권력자라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겠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특히 사회적 불평등과 과도한 빈부격차의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상반된 입장들을 알아보았다. 의무론자는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과정과 절차를 감시할 것을 당신에게 요구했다. 목적론자는 절차나 과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당신에게 요구했다. 당신이 판단하기에 어떻게 행동해야 사회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당신의 윤리관이 당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
[ pp.360~367, 지대넓얕 > 5 윤리 > 하이에크와 롤즈 -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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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목차
1. 프롤로그
2. 성장중심정책과 분배중심정책 - 거인의 섬 표류 우화
3. 하이에크와 롤즈 -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가
4.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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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크
Friedrich Hayek
https://en.wikipedia.org/wiki/Friedrich_Hayek
롤즈
https://ko.wikipedia.org/wiki/%EC%A1%B4_%EB%A1%A4%EC%8A%A4
https://namu.wiki/w/%EC%A1%B4%20%EB%A1%A4%EC%8A%A4
John Rawls
https://en.wikipedia.org/wiki/John_Rawls
Of Hayek, Rawls and Mountains
https://drjjm.blogspot.kr/2006/02/of-hayek-rawls-and-mountains.html
What Game Would You Rather Play?
http://left2right.typepad.com/main/2006/02/what_game_would.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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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0. @ Ghost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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